오늘로 게임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 지 하루가 지났다. 코드는 삭제했고, 모든 결제금은 환불했다. 4개월 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며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본다.
첫 삽을 뜨며
1월 초, 8년 전 내가 만들었던 게임을 새롭게 부활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목표 DAU는 100명 정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일단 오픈하는 것에 초점" - 당시 일기에 적었던 내 목표는 상당히 겸손했다. 한편으로는 용돈벌이를, 다른 한편으로는 내 삶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매미성을 보고 왔을 때의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한 사람이 20년간 지속해서 만든 그 성을 보며, 나도 그런 꾸준함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올랐다. 그것이 내게 게임 개발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예상 밖의 성공과 첫 번째 혼란
3월 1일, 게임을 오픈했을 때 나는 "한 20명 정도만 와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입했다. 예상치 못한 성공이었다. 기쁨과 함께 첫 번째 불안이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이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만족하는 사람들만 남기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로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일부 유저들이 내 게임이 과거 버전과 달라진 점을 지적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요함의 양면성
돌이켜보면, 내 성격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집요함'이다. 한번 시작한 일에 깊이 몰입하는 이 특성은 과거에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고, 게임의 세세한 디테일을 챙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동안 내가 만든 대부분의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는 이 특성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집요함이 양날의 검이 되었다. 유저들의 의견과 피드백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하려는 강박이 생겼다. "혹시나 게임이 내가 안보는 순간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휴가 중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정체성의 혼란
내가 겪은 가장 큰 혼란은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이 게임을 '취미'로 시작했다. 그런데 유저가 늘어나고, 책임감이 커지고, 수익화를 시작하면서 점점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요구받게 되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것"과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 사이에서 나는 갈등했다. 한편으로는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었다.
어떤 유저들은 "돈을 벌면 취미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들의 논리는 내가 돈을 받는 순간 이것은 더 이상 내 취미가 아니라 그들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알지 못했다.
소통의 실패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유저들과의 소통이었다. 내가 건강상 이유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을 때, 일부 유저들은 "대충 해달라"는 답변을 보냈다. 그들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당시 나는 그 말이 내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혼란스러웠다.
어떤 유저들은 "운영자 너는 게임 만들줄 모른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투로 나를 가스라이팅했다. 그들의 비판은 종종 게임의 특정 기능이나 시스템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인신공격처럼 느껴졌다.
내가 과거에 게임을 종료했을 때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랐다. 그때도 유저들의 비판과 요구에 지치고 무너졌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괴롭혔다.
마지막 저항과 포기
나는 P2W(Pay to Win)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업데이트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결정에는 일종의 감정적 대응이 포함되어 있었다. 소액만 결제하거나 무료로 게임을 즐기면서도 많은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유저들에 대한 내적 불만이 쌓여있었다. '이 정도 투자로 이렇게 많은 것을 원한다면, 차라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자'라는 복잡한 심정이 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예상했던 대로 유저들의 반발은 즉각적이고 거셌다. 그 날의 피드백을 받으며 나는 더 이상 이 상황을 지속할 에너지도, 의지도 남아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자리에서 게임 종료를 결정했다. 모든 결제금을 환불하고, 코드를 완전히 삭제했다. 종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해방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치 오랫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내가 깨달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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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설정의 중요성. 취미와 비즈니스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필요하다. 돈을 받는 순간 책임감은 커지기 마련이고, 이에 대한 준비와 경계 설정이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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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관리. 모든 피드백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건설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필터링 시스템이 필요했다. 특히 게임과 같은 살아있는 서비스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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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 어떤 성공도 건강을 희생할 만큼 가치 있지 않다.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괴로움을 겪는 일이라면 지속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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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와 자율성의 균형. 나는 내 게임에 완벽한 통제권을 갖고 싶었다. 동시에 유저들의 요구에도 부응하고 싶었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찾지 못한 것이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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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자율성의 추구. 결국 내가 원했던 것은 "의미 있는 자율성"이었다. 자율적으로 창작하면서도, 그것이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아직 배워가는 중이다.
미래를 향해
지금 당장은 "앞으로 내 인생에서 다시 이 게임들을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창작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마도 다른 형태로, 더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될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내 한계와 강점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집요함과 디테일에 대한 민감성은 양날의 검이지만, 올바른 환경과 경계 안에서는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다. 게임 개발이든, 다른 어떤 활동이든, 그것이 내게 기쁨을 주고 지속 가능하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늘, 나는 이 4개월의 여정을 감사함으로 마무리한다. 모든 좌절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경험은 나를 더 성장시켰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