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나와서 성공하는 방법


학부 후배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 메일을 받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CS 나와서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냐는 것이다. 내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봉고차에 자바 두 명 타요 짤이 우스갯소리로 돌아다니던 때였다. 그렇게 선호되는 학과가 아니었는데, 졸업하고 보니 CS는 매우 선호하는 인기 학과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막상 CS에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막연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내 주변의 사례들만 모아봐서 확증편향일 수도 있지만, CS 전공이신 분들이 성공했던 방법들을 관찰하면 이렇다:

  • 대학 다닐 때 모의 시간표 서비스를 만들었었다(에브리타임 같은 서비스다). 10년 전에 대학마다 비슷한 서비스들을 만들었던 분들을 따라가 보면 대부분 잘 되어 있다.
  • PS를 꾸준히 그리고 잘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당시에 우리 대학에는 그런 동아리가 없어져서 내가 직접 만들어 함께 공부했었는데, 나는 비록 리저널 참가상에 그쳤지만, 월파에 나가셨거나 리저널에서 상위권에 입상하신 분들은 무수히 많은 회사에서 스카우트를 받기도 하고, 스타트업을 만들어 수천억 규모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음지의 영역이지만, 게임 핵 제작이나 프리서버를 만들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깊게 파신 분들도 톱이 되어 있다. 이제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서 역시나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좋아해야 하고 이걸로 할 수 있는 익숙하고 인접한 분야들을 꼽자면 웹 개발, PS, 그리고 게임 관련된 영역인 것 같다. 여기서 찍먹해 보고 끝내는 게 아니고, 정말 더 깊게 파서 뭐라도 결과를 만들어 낸 분들이 10년 지나고 보니 대부분 잘 되어 있었다.

이런 사례들에서 공통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점은 성공을 위해서는 인정욕구와 집요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태어나면서 서로 비슷한 에너지의 총량을 가지고 있다고 치면, 이걸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어떤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마주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정받는 피드백 루프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선순환되고 강화하는 경험을 하다 보면 굉장한 몰입과 자극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다른 산업과 달리 유통하는 데 별다른 라이선스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나는 최대한 어린 나이에 하루라도 빨리 본인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 플랫폼이 무엇이든 간에 - 고객의 피드백을 듣고 강화하는 경험을 해 보기를 강력히 권장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내공이 깊게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물 밖으로 나와보니 느끼는 건, 생각보다 남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커리큘럼에 맞춰 공부만 하다 보면 스스로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조금이라도 일찍, 남들과는 달리 생각하고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