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표의 면접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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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취업하려고 하나요? 창업을 또 하시면 되지 않나요?"

최근에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제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낀 역량은 '상대방을 공감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논리적이고 구조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지만, 설득되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것인가는 늘 고민이었습니다.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런 능력을 단련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제가 직접 직원의 입장이 되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느끼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기간이 짧든 길든 인생에서 한번은 직원의 입장으로 회사를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고, 몇몇 회사에서 저를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면접 또는 티타임을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제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리크루팅에 많은 시간을 쏟았던 때가 떠오르면서 인터뷰어가 아닌 인터뷰이의 입장에서 개선해야 할 점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제가 그동안 뵈었던 회사나 대표님 또는 인터뷰어를 비난하거나 저격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닙니다. 단지 향후 제가 회사를 만든다면 이런 부분은 개선해야겠다고 느낀 점들을 정리한 것뿐입니다.

 

채용 프로세스에서 개선이 필요한 다섯 가지 패턴

1. 인터뷰어 소개의 부재

면접을 시작할 때는 인터뷰어 본인이 누구인지,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도 안내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고 조직 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알아야, 지원자도 그에 맞춰 궁금한 점들이나 질문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면접 시간과 장소만 알려줄 뿐, 어떤 분들이 인터뷰어로 참석하는지는 알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2. 불균형한 대화 비중

특히 창업자일수록 두드러지는데, 면접 시간의 대화의 비중이 지나치게 인터뷰어(창업자 본인)에게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회사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지원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겠지만, 다소 비판적으로 보자면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전략이 맞다는 것을 지원자로부터 재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인터뷰는 상대방이 이 비전에 공감할 수 있는가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비전을 잘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이를 검증하기 위한 질문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3. 정형화된 질문의 한계

이는 제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으나, 정형화되고 구조화된 질문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의 과정 중에서 어떤 도전 과제가 있었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너무나 많은 도전 과제들이 있었기에 하나를 특정해서 말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또한 이는 답변을 준비하기 쉬운 질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차라리 실제 업무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지원자를 파악하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 모호한 업무 범위

이 또한 제 역량의 한계일 수 있지만, 해야 할 일이나 목표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당신이 와서 도와달라'는 식의 요청은 소화하기에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고 현재 이런 접근을 시도 중인데, 이를 어떻게 하면 더 개선할 수 있을까'와 같이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방향성을 정하는 '베팅'은 결국 직원이 아닌 대표가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5. 불합격 통보의 부재

어떤 회사는 불합격 시 별도의 통보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었는데 매우 의아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운영할 때의 경험으로는, 100건의 이력서가 들어오면 그중 1% 내외만이 서류전형을 통과해 면접까지 보게 됩니다. 이렇게 극소수의 서류를 통과한 지원자들에게 형식적으로라도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정말로 그렇게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 일일까요? 회사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기업 브랜딩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은 회사가 지원자를 판단하는 것 뿐 아니라, 지원자도 회사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진행했던 수많은 면접 과정을 돌이켜보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앞으로 제가 회사를 만들어 면접을 보고 채용 과정을 다듬는다면 어떤 부분들을 신경 써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가 올린 글을 봐 주셨다고 말씀해 주셔서 많이 부끄럽고 쑥스러웠습니다. 그런 김에 하나만 알리자면, 2025년 1월 안에는 제가 올해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려고 합니다. 어떤 일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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