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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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Graham의 Founder Mode를 읽고 든 생각입니다.

10년 간 운영하던 회사를 폐업한 이후 만난 분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내가 '만드는 것'은 잘 할 지 몰라도 '경영을 하는 것'은 잘 못했던 것 같다는 얘기를 계속 몇번이고 되뇌였습니다. 실제로 이제이엔 페이지에도 그런 취지의 내용을 적기도 했고요.

'만드는 것'과 '경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은 창업자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경영은 팀원들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경영'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 각종 SNS와 책들을 뒤졌고, 모두가 하나같이 '위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위임은 회사 성장을 위한 만능 해결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표가 너무 과도하게 마이크로매니징을 한다고 불평하면서도, 정작 그들에게 기회를 줬을 때는 양질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위임은 단순히 본인의 낮은 퍼포먼스를 감추려는 핑계에 불과했던 것이죠. 또는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거나,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위임을 하고 나서도 본인에게 주어진 자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년간의 노력 끝에, 회사의 성장은 정체되고 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실패의 원인을 찾기 위해 그동안의 행동과 생각들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동안 저는 너무나 많은 글들과 피드백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페이스북/링크드인 같은 SNS, 각종 경영 전문가들의 도서, 직원들의 피드백, 잡플래닛 리뷰까지. 하지만 그들은 우리 회사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성장을 도와주겠다'는 말로 접근했지만, 우리 회사에서 무언가를 가져갈 수는 있어도 어려움을 함께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시중의 경영 서적이나 일반론적인 조언들은 대부분 '전문 경영인'을 위한 것입니다. 전문 경영인은 회사에 궁극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본인의 연봉 값어치만 증명하면 되고, 실적이 좋지 않아도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들은 단기 실적을 위해 회사의 근간을 흔들거나, (자신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직원 복지에만 집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창업자의 마인드셋은 달라야 합니다. 어떻게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소신을 갖고, 세간의 비난과 이견은 한귀로 흘리며,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모두를 포용하지 못하고 불안감을 느끼더라도, 그것이 창업자의 숙명입니다.

 

내가 고용한 사람들, 나에게 조언을 주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내 이해관계는 본질적으로 일치하지 않을 수 밖에 없으므로, 목표를 위해 그들을 잘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닙니다.

위임이 필요하다며 무작정 맡기고, 성과가 나오지 않아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PG가 말한 '전문 사기꾼을 고용해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것이겠죠.

왜 사업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그 답에 맞는 경영 방식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창업자로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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